일상머니루틴

무지출 챌린지 3일차 – ‘상황’이 소비를 만든다

현실돈 연구자 2025. 6. 30. 23:16

무지출 챌린지 3일차.
3일차이긴한데, 이쯤되면, 사실 챌린지를 계속 한다기 보다는 내 소비패턴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나는 생각보다 절제를 잘하는 편이다.
지금까지도 크게 힘든 적은 없었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쓴다'는 기준도 잘 지켜왔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절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절제가 꼭 필요한 순간인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누구에게도 미안하고 싶지 않았고, 억지로까지 절약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의 소비, 커피 한 잔이었다

오늘 점심은 회사 동료와 함께 먹었다.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려다 보니, 메뉴 가격이 살짝 초과됐고
동료가 초과 금액을 대신 냈다.
자연스레 나는 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샀다.
아무 고민도, 망설임도 없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그 커피는 5,000원 정도였고,
내가 마시고 싶어서 샀다기보다, 관계의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소비였다.
그 상황이 불편하지 않았고, 억지로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오히려 무리해서 거절하거나, 나만 따로 움직이는 게
그 자리를 더 어색하게 만들 것 같았다.

이건 유혹일까? 실패일까?

챌린지를 하다 보면 매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소비는 정당한가?'
'이건 피할 수 있었던 지출인가?'
'이건 실패인가?'

오늘의 커피는 그런 질문에 딱 떨어지지 않는 예외적인 지출이었다.
욕망도 아니었고, 습관도 아니었고, 필요도 아니었지만… 거절하고 싶지 않은 소비.
나 혼자라면 쉽게 안 썼을 돈이었지만, 함께 있는 상황 속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던 소비.
그래서 고민이 됐다.
이걸 유혹이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결국, 이건 '유혹'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관계의 일부’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기준은 절제가 아니라 납득이다

무지출 챌린지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나의 소비를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억지로 아끼는 건 어렵지 않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모든 소비를 끊어버리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남는 돈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누군가와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든다면
그건 정말 잘한 소비 절제일까?

나는 오늘의 소비를 통해 나만의 기준을 다시 정리했다.

  • ‘무조건 안 쓰는 것’이 기준이 아니다
  •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소비인가’를 따진다
  • ‘부끄럽지 않은 선택인가’를 생각한다
  • ‘억지로까지 절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다

그리고 오늘은 그 기준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나는 실패한 날이 아니라, 기준을 확인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반성보다는 정리를 위해서

오늘은 지출이 있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기록하면서 나는 반성보다 ‘이 소비는 왜 일어났는가’를 정리하게 된다.
혼자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소비였다.
그렇다고 관계 안에서 절제를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소비를 하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소비를 했더라도,
그 소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선택의 맥락을 기억하는 나의 태도를 더 인정하고 싶다.

이게 나에게 있어서 무지출 챌린지의 진짜 의미다.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 가능한 소비 기준을 만드는 것.

오늘 내가 배운 것

 

  • 나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소비는 더 복잡하다
  • 누군가에게 ‘절약 중이라서…’라고 말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 커피 한 잔의 지출보다, 그걸 둘러싼 감정이 훨씬 더 강하다
  • 그래서 무지출 챌린지는 돈보다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더 가까운 실험이다

내일을 위한 마음 정리

내일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소비 상황이 올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무조건 절제’를 기준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소비,
그 소비가 내 기준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인 결과라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점점 더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고,
오늘의 커피 한 잔도 그 흐름 안에 있었다.

마무리

무지출 챌린지 3일차.
나는 오늘 커피를 샀다.
누군가는 이걸 실패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절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절제하지 않기로 선택한 상황이었고,
그 선택을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인 하루였기 때문이다.

절약은 수치가 아니라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은 오늘, 조금 더 선명해졌다.

 

무지출 챌린지 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