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머니루틴

무지출 챌린지 5일차, 억지로 절약하지 않았는데, 소비를 더 자주 돌아보게 된다

현실돈 연구자 2025. 7. 2. 23:46

무지출 챌린지 5일차.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더 이상 ‘무지출’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되기엔 조금 다른 결의 감각이 생기고 있다.
오늘 나는 지출을 했다.
어떤 날보다도 평소처럼 소비했고, 누구와 비교해도 크게 특별하지 않은 지출이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건, 소비 그 자체보다
‘그 소비가 어떤 느낌이었는가’, 그리고 ‘나는 왜 이걸 기록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오늘의 지출 – 고양이 심장사상충약, 장보기, 군것질

오늘의 지출은 총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고양이 심장사상충 약 36,000원.
이건 계획된 지출이었고, 미루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반려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건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까운 소비다.
나는 이 지출을 전혀 아깝다고 느끼지 않았고,
당연한 일처럼, 마치 고정지출처럼 받아들였다.

두 번째는 장보기.
19,030원 정도.
특별히 많이 산 건 아니고, 냉장고에 없던 기본 재료 몇 가지를 보충했다.
이건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한 이후
‘있는 재료로 요리해보자’는 루틴을 점점 쌓아가고 있어서,
이전에 비하면 훨씬 목적 중심의 소비가 된 것 같다.
‘사야 하니까 산다’는 느낌이지,
‘그냥 장을 봤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기록을 하다 보니 점점 선명하게 보인다.

세 번째는 군것질.
편의점에서 3,500원 정도.
솔직히 이건 꼭 필요했던 소비는 아니다.
집에 가는 길에 무심코 들렀고,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샀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이 소비가 끝나고 나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게 되었다.
‘왜 샀지? 정말 먹고 싶었나?’
예전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을 텐데,
지금은 그 3,500원이 나의 감정 상태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무지출은 ‘절약 훈련’이 아니라 ‘인식 훈련’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챌린지를 하면서
무조건 소비를 줄이려고 한 적은 없다.
실제로 절제한 것도 별로 없다.
억지로 배달을 참거나, 사람들속에서 상황에 맞지않는 억지 소비절제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원래 내가 어떤 소비 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하루 단위로 정리하고 관찰해본 것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소비가 줄었다.
지출 금액이 급감한 건 아니지만,
‘쓸 수도 있었던 돈’을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를 들어 오늘 군것질은 실제로 했지만,
그 외에 무심코 탭 해버리던 쇼핑앱은 열지 않았다.
광고 배너 하나도 스킵했고,
‘이건 챌린지랑 상관없어’라는 생각보다
‘지금 나는 이걸 살 이유가 없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게 내 안에서 절제가 아닌 판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나는 참지 않고도, 소비를 돌아보게 되고 있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든 가장 강한 생각은 이거였다.
나는 참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소비를 통제하게 됐다.
이건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할 때 상상하지 못했던 효과다.

나는 원래 절약을 ‘억제력’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강하게 참고, 견뎌내고, 이겨내는 힘.
그래서 무지출 챌린지도
언젠가는 번아웃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를 '낯설게 바라보는' 감각이 생겼고,
그 감각 덕분에 소비의 ‘필요/불필요’를 더 분명하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지출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생각한 점

  • 고양이 약: 내가 책임을 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당연한 소비
  • 장보기: 미리 계획된 생필품 중심 소비, 충동 거의 없음
  • 군것질: 감정적 빈틈에서 튀어나온 지출, 하지만 기록을 통해 확인 가능

이렇게 분석해보면
내 소비가 줄었다기보단,
소비 하나하나를 인식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변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났을 때 생긴 자유

사실 처음에는 이런 고민도 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소비를 줄여야 하나?’
소비를 줄이는 건 결국
‘더 많은 저축’ 혹은 ‘더 빠른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전략일 텐데,
나는 그게 지금 나에게 꼭 맞는 방법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 맘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쓰는 사람인가?’라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갔다.

무지출 챌린지를 하며 절약보다는
나의 소비패턴을 파악하는 감각이 조금씩 생긴다.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흐름.
지금 나에겐 그게 더 오래갈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진다.

 

내일은 아마 지금과 비슷한 하루일 것이다

내일 퇴근후 특별한 일정은 없다.
외출 계획도 없고, 약속도 없다.
예전 같았으면 ‘오히려 이런 날 지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었을 텐데,
지금은 좀 다르다.

나는 아마 큰 소비는 하지 않을 것이고,
소비를 해도 그 이유를 분명히 알고 쓸 것이다.
기록하지 않아도 기억날 정도로
소비 감각이 또렷해지고 있는 상태가 지금의 나다.

 

챌린지 5일차에서 얻은 가장 큰 통찰

나는 소비를 줄이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를 인식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
무지출이라는 말이 주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내가 왜 이걸 사지?’라는 질문을 하루에 몇 번씩 하게 된다.
그게 자연스럽게
소비를 더 명확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 감각은
통장 잔액보다 훨씬 중요한 변화라는 걸 느낀다.

 

무지출챌린지 소비기록